창립취지문 부패는 사회(社會)의 속성이고, 그것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인간(人間)의 본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이 항상 선(善)할 수 없듯이 사회에 부조리와 불법이 없다는 것도 쉽게 수용할 수 없는 일이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본능에 순응하는 인간이 수많은 문제를 야기해 온 것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론(異論)이 없다.

부패가 잘못이고 그 잘못된 것이 시정되어야 한다면 단순한 구호(口號)만으로는 부족하고 제도를 통한 개선이 가장 근원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제도권에서는 부패의 사전적 예방과 사후적 조치를 위한 입법적⋅행정적⋅사법적 기능들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권에서의 부패 차단 장치는 자칫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비쳐질 수 있는 위험성이 내재해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가 학문적인 시각에서 「부패방지 법제」의 연구를 도모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부패는 역사적으로는 유교적 전통문화에, 정치적으로는 무력을 통한 집권과 그 장기적 권력 유지를 위한 고유집단(Inner Circle)의 구축에, 사회적으로는 각종 지연⋅학연이나 사회적 인연 등 연고주의에 의한 국가행위 처리 문화에, 우리 구성원 각자의 측면에서는 이러한 잘못된 각종의 문화와 연고가 고착화되고 생활화되어 무디어진 약화된 부패의식에, 그리고 거대부패⋅공직부패에 분노하면서도 작은부패⋅생활부패⋅민간부패에 눈감아온 우리의 현실에 터 잡아 모든 분야에서 근거에 두텁게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부패가 정상(正常)이라는 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 겹, 수십 겹으로 묶인 부패의 고리에서 신속히 탈피해야 한다. 부패에 대한 대응 방식도 형벌과 각종 제재조치를 통한 ‘초보적 경찰국가적 시스템’에서 사전적 예방과 사후적 처벌의 정밀한 연구 분석을 통한 ‘미래적 사회국가⋅복지국가적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세계 일류 선진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 이 시기에 부패 문제를 극복해야만 한다. 제도권에서는 검찰⋅경찰 외에도 감사원이나 행정청 자체적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행정 전반에 걸친 일반적이고도 종합적인 부패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국가의 부패 수준을 낮추기 위한 중심적 국가기관에 비중을 두어야 하고 현행 법제하에서 그 중심적 역할의 수행은 국민권익위원회가 가장 적합한 기관에 해당한다.

다양한 유형의 부패행위는 너무나 다종다양한 방식으로 현출되고 그 대부분이 비정상적이고도 은밀하게 행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패는 거대부패만의 문제일 수도 없고 공직부패에 한정되는 것일 수도 없다. 작은부패가 거대부패로 성장하고 공직부패가 비정상의 사익추구적 공익부패로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부패는 부정행위 자체에 한정하지 않고 나아가 직무의 태만이나 방만행정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도 안된다. 업무의 방치 즉, 지체나 불이행 또는 부작위 등 이른바 ‘불량행정’에 의한 행정의 난맥상을 초래하는 것도 간접적⋅소극적인 부패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부패는 결국은 ‘법(法) 준수’ 여하에 좌우되는 문제이다. 부패는 도처에 있으며 그 부패방지를 위한 정부기관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그에 관한 종합적⋅전반적인 법제의 연구를 수행해야 할 사회적 요구도 크게 분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부패방지법학회」의 설립은 현 시점에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 이 학회의 설립을 위해 2016년 10월 「청탁금지법연구회」를 창립하였고, 그동안 매회 2편씩의 연구발표로써 10회 이상의 월례회를 가져온 바 있다. 본 학회는 「청탁금지법연구회의 후신(後身)」으로 설립되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위 연구회는 민간 영역의 학자 및 전문가들과 부패방지 분야 공직자 등의 참여로써 활발한 토론이 진행되었고, 한국한우협회⋅한국화원협회⋅한국외식업협회 등 다양한 이해 직역 대표의 현황 청취로 업역(業域)에 대한 이해를 높였으며, 현실 사회의 각종 쟁점에 대한 발제와 적극적인 토론이 진행됨으로써 청탁금지법 및 부패방지 법제에 대한 회원들의 전문성과 사회적 책임감도 많이 높아진 바 있다.

공무원 행동강령, 공직부패와 민간부패(공직영역은 각 부처 전문 분야별, 민간영역은 ISO 37001 등 개별 기업별), 적극적 부패와 소극적 부패 등의 개념론적 논의는 부패방지법제의 체계 정립을 위한 초보적 논의에 불과하다. 그밖에도 공익신고자⋅내부고발자에 있어 악의(惡意)의 내부고발자를 걸러내는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 현행 청탁금지법에 있어 공직자의 민간(民間)에 대한 청탁 방지나 각종 예외사항의 해석에 관한 기준의 설정이 필요하다는 점, 공공재정 부정청구 방지와 부정이익 환수 장치 마련을 위한 보다 정치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 지방(地方) 단위에서의 부패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 등을 언급하는 것 역시 부패방지 법제 연구의 일부일 뿐이다. 이 말은 우리 「한국부패방지법학회」의 연구범위에 제한이 없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만, 여건상 당분간은 우리 학회의 주요 연구 영역을 공직 관련 부패에 중점을 두면서, 기업 부패와 기업윤리 등 민간영역의 부패행위 관련 법제까지도 광범위하게 연구범위에 포함하고자 한다.

공직이나 민간 영역 그 어디에서든 「부패 없는 신뢰사회」를 위한 노력은 국가의 책무에 그치지 않고 국가 구성원으로서 뜻 있는 국민들과 학자들에게도 함께 맡겨져 있는 과제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취지 및 문제의식과 위 부패방지 법제에 관한 국가적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에 뜻을 같이 하는 동학자와 각계각층의 다양한 전문가들 및 시민사회단체의 관계자들이 모여 지금 이 시점에 한 마음으로 우리 「한국부패방지법학회」를 창립하고자 하는 것이다.